[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유준규는 왜 2루에서 돌연 갈증을 호소했을까. 

유준규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3차전에 교체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6-4 역전승에 기여했다. 

빠른 발이 강점인 유준규는 0-4로 끌려가던 7회초 무사 1, 3루에서 1루주자 장성우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황재균의 1타점 좌전 적시타가 터지며 2루로 이동한 유준규는 대타 강백호의 우전안타 때  3루를 지나 홈에 도달했다.

백미는 첫 타석이었다. 유준규는 4-4 동점이던 8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LG 베테랑 필승조 김진성을 만나 11구 승부 끝 볼넷을 골라냈다. 볼카운트 2B-2S에서 3연속 파울로 대선배 김진성을 괴롭힌 뒤 볼-파울-파울-볼로 출루에 성공했다. 

유준규의 출루는 이번에도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속타자 황재균이 좌전안타로 1, 2루를 만든 가운데 권동진이 2타점 역전 결승 3루타를 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유준규가 결승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유준규는 “(안)현민이가 김진성 선배의 포크볼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 긴장을 많이 하고 들어갔다. 포크볼을 계속 생각했고, 벤치에서 형들이 공을 높게 봐야한다고 해서 높게 보려고 노력했다”라며 “요즘 삼진을 많이 당해서 콘택트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출루로 이어졌다. 엄청 기분이 좋았다”라고 11구 ‘준규놀이’의 실체를 공개했다. 

황재균 타석 때 김진성의 견제에 시달린 유준규는 2루에 도달한 뒤 돌연 갈증을 호소하며 벤치에 물을 요청했다. 유준규는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벌었고, 경기 재개 후 권동진의 2타점 결승 3루타가 터졌다. 권동진은 경기 후 “경기 도중 물 마시는 선수를 처음 봤다. 뭐하는 건가 싶었는데 덕분에 내가 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라고 유준규에게 감사를 표했다.

당시 상황을 묻자 유준규는 “나는 단지 물을 마시려고 한 건데 갑자기 심판님이 숨이 안 쉬어지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냥 목이 말라서 물을 요청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4위 KT는 이날 승리로 LG전 6연패에서 탈출하며 5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승리에 힘을 보탠 유준규는 “LG가 1위를 달리는 팀이고, 우리가 3위와 승차가 많이 안 나서 더 높은 곳에 가기 위해 오늘 경기가 되게 중요했다. 팀 승리에 기여해서 기분이 너무 좋고, 만족스러운 하루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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