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라이온즈파크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7)은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유독 약했다. 통산 13경기서 4승6패 평균자책점 6.61이다. 그동안 사령탑들은 양현종의 라팍 등판을 되도록 피할 수 있게 로테이션을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우선 KIA의 사정이 너무 급박했다. 시즌 전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가을야구 막차티켓 승부를 벌이고 있다. 타선은 타선대로, 불펜은 불펜대로 악재가 많은 시즌이다. 선발진 역시 아담 올러의 부상 공백기, 윤영철의 시즌 아웃 등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양현종이 굳이 라팍 등판을 고의로 피하는 선수는 아니다. 간혹 감독들의 배려가 있었을 뿐이다. 팀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한 이 토종에이스가 팀이 한 경기, 한 경기 사활을 거는데 로테이션을 바꿔달라고 할 성격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양현종은 후반기에 반전의 뒷심을 선보인다. 전반기 18경기서 5승5패 평균자책점 5.19였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4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17이다. 이 기세를 볼 때 양현종으로서도 이번엔 라팍 징크스를 무너뜨릴 기회였다.

그리고 실제로 보여줬다. 5⅔이닝 8피안타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시즌 7승(5패) 및 통산 186승을 신고했다. 예나 지금이나 양현종의 투구 매뉴얼은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다. 최근 약간 변화구 구사 빈도를 높인 정도를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다. 더 정교한 제구와 그를 위한 밸런스 유지, 밸런스 유지를 위한 철저한 루틴 수행. 양현종의 삶은 늘 한결같다.

▲양현종 역대 라이온즈파크 등판일지-13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6.61

2016년 5월25일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볼넷 6실점(5자책) 패전

2016년 8월5일 5⅓이닝 10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3볼넷 8실점(7자책) 패전

2018년 7월28일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볼넷 3실점(2자책) 패전

2018년 10월3일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4탈삼진 5실점 패전

2019년 4월4일 2이닝 9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볼넷 7실점 패전

2019년 8월10일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볼넷 1실점 승리

2020년 5월10일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1볼넷 2실점 승리

2020년 7월16일 3⅓이닝 8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3볼넷 7실점 노 디시전

2022년 5월25일 6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실점 2실점(1자책) 승리

2022년 8월12일 5이닝 9피안타(2피홈런) 8탈삼진 1볼넷 6실점 패전

2024년 5월8일 6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 노 디시전

2024년 7월4일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1볼넷 3실점 노 디시전

2025년 8월14일 5⅔이닝 8피안타 4탈삼진 3실점(2자책) 승리

양현종이 라팍에서 고전한 결정적 원인은 피홈런이다. 13경기 중 10경기서 홈런을 맞았다. 홈런을 맞지 않은 3경기는 당연히 성적이 좋았다. 이로써 양현종은 후반기 상승세를 다시 한번 확인했고, 라팍 징크스도 탈출할 계기를 마련했다. KIA의 승리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날이었다.

양현종은 “김태군의 리드에 따라 삼성 타자들을 상대했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구를 요구했다. 그 리드에 따라 공을 던져 빠른 카운트에서 타자들과의 승부를 이겨낼 수 있었다. 라이온즈파크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아 한 타자, 한 타자 집중력 있게 승부하려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라고 했다.

오로지 KIA만 보고 달린다. 양현종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마운드에 내려간 후에도 뒤에 올라온 모든 투수들이 잘 던져줬기 때문에 중요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원정 12연전 중 9경기가 끝났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 이기는 경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