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나중에 힘써라.”(한화 이글스 양상문 투수코치)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아.”(류현진)

한화 이글스 토종 에이스 류현진(38)과 양상문(64) 투수코치, 나아가 김경문(67) 감독까지 통했다. LG 트윈스의 후반기 미친 기세에 밀려 2위가 됐을 뿐, 한화도 여전히 훌륭한 시즌을 보낸다. 한화는 지난주 6연패 이후 4연승을 달리며 1위 LG 견제에 본격 돌입했다.

류현진은 21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 등판 이후 나흘 쉬고 닷새만인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도 좋았다.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했다. 단, 타선이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단 1점만 지원하면서 노 디시전.

비하인드가 있다. 우선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이 닷새만의 등판을 자청했다고 했다. 그런데 2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류현진은 웃더니 정정했다. 양상문 투수코치와의 합의에 의한 성격이라고 했다. 아무렴 어떤가. 결국 팀을 위한 마음이었다.

또한, 류현진은 26일 경기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했다. 그러나 닷새만의 등판이고, 올해 김경문 감독이 류현진을 굳이 무리하게 길게 끌고 가려고 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 그리고 류현진을 위해서다. 38세다.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 올 시즌이 끝나도 6년 계약이 남아있다.

결정적으로 한화의 중요한 무대는 8월도 9월도 아닌 10월이다. 김경문 감독은 27일 경기를 앞두고 아직 1위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굳이 9월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연히 닷새만에 등판한 류현진이 3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나가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양상문 코치도 류현진의 ‘1이닝 더’에 “나중에 더 힘써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최고참의 마음이 고맙고, 또 승리투수 요건을 못 챙겨줘 미안하다는 말을 수 차례 전했다. 류현진도 정작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코치의 관리에 감사한 마음이다.

류현진은 올해 자신의 한 템포 빠른 교체에 대해 “회복하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6이닝에 85구 선에서 끊으면 다음 등판에 맞춰 회복하는데 아무래도 좀 편하다. 이제 연차가 쌓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편하다”라고 했다.

양상문 코치의 “나중에 힘 써라”는 결국 포스트시즌을 의미한다. 류현진도 올해 한화의 가을야구서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규시즌을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시즌 6승도, 한미통산 200승도, 9시즌 연속 100탈삼진도 의미 있는 성과이자 도전이지만, 한화의 승리와 가을야구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올해 역대급으로 승운이 안 따르지만, 정말 개의치 않는다.

류현진은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이기는 게 좋지. 내가 던지는 날 팀이 지는 게 더 안 좋죠. 한미통산 200승(192승, 8승 남음)은 올해는 못할 것 같은데요? 내년을 기약 해야죠. 100탈삼진은 정말 생각하지도 않은 기록이다. 조그마한 기록이라도 나오면 기분은 좋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막 삼진을 많이 잡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했다.

참고로 류현진이 올해 등판한 22경기서 한화는 10승12패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보다 좋지 않다. 류현진도 승운이 안 따르지만, 한화도 유독 꼬이는 경기를 많이 했다. 류현진의 잔여시즌 등판 경기서 한화가 승률을 높이면 1위 LG 추격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