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작년 챔피언의 위용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삼성 3연전 스윕으로 상위권 도약을 꿈꿨던 KIA가 9위 두산을 만나 충격의 싹쓸이패를 당하며 5위 싸움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이틀 흔들린 마무리 정해영을 2군으로 보내는 결단을 내렸지만, 믿었던 전상현마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5차전에서 1-4 역전패를 당했다. 

KIA는 1회초 선발 데뷔전에 나선 두산 제환유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았다. 1사 후 박찬호가 볼넷, 김선빈이 중전안타로 1, 3루 밥상을 차린 상황에서 최형우가 0의 균형을 깨는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이어 나성범, 패트릭 위즈덤이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채우며 제환유를 압박했지만, 오선우가 2루수 땅볼에 그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는 KIA의 첫 득점이자 마지막 득점이었다. 

전날 프로 데뷔전에 나선 윤태호(4이닝 무실점)에게 당했던 KIA는 이날 선발 데뷔전을 치른 제환유 공략에 실패했다. 연이틀 낯선 투수 공포증에 시달리며 7이닝 6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92구 호투한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지원 사격하지 못했다. 2회초부터 7회초까지 무려 6이닝 연속 단 한 명의 주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 그렇게 제환유에게도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 71구 호투를 헌납했다. 

KIA는 여전히 1-0으로 앞선 8회초 2사 후 김선빈의 중전안타, 최형우의 볼넷으로 모처럼 1,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지만, 나성범이 고효준 상대 8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7이닝 연속 무득점의 대가는 혹독했다. 1-0으로 리드한 8회말 이준영이 등판해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강승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제이크 케이브에게 내야 뜬공을 유도했는데 유격수 박찬호가 이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 떨어진 공을 잡아 2루에 송구하며 야수선택을 만들었으나 이 때부터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해영을 2군으로 보낸 이범호 감독은 1사 1루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전상현 카드를 투입했다. 그러나 전상현마저 양의지의 2루타, 안재석의 고의4구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대타 김인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네일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었다.

류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린 전상현은 조수행 타석 때 허를 찌르는 2루 견제로 2루주자 안재석을 잡는 듯 했으나 비디오판독 끝 아웃 판정이 세이프로 번복됐다. 이어 타석에 있던 조수행에게 뼈아픈 2타점 역전 결승 적시타를 맞았다.

후속타자 이유찬 타석 때 1루주자 조수행이 2루 도루를 시도한 두산. 이 때 포수 김태군이 유격수 키를 훌쩍 넘기는 황당 송구 실책을 범했고, 그 사이 3루 대주자 박계범이 홈을 밟으며 스코어가 더 벌어졌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KIA 팬들은 김태군의 실책과 동시에 우르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팬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KIA 팬들이기에 그들이 떠난 빈자리가 더욱 커보였다.

KIA는 1-4로 뒤진 9회초 2사 후 김태군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김호령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9위 두산에 시리즈 싹쓸이패를 당했다. 

KIA의 두산전 스윕패는 작년 7월 30일~8월 1일 광주 3연전 이후 381일 만이다. 당시에도 두산에 6-30 치욕의 대패를 당하는 등 무기력한 플레이로 팬들의 공분을 샀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도 사흘 내내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15일 연장 11회말 끝내기홈런 헌납. 16일 9회말 끝내기 역전 2루타 허용. 17일 8회말 동점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역전 적시타 헌납.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5위 싸움 중인 KIA가 후반기 최대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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