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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좀 나오면 뭐 어때' 우리가 사랑한 20년 전 레전드들, 3만 8천 관중 울린 그 시절 그대로
[포포투=김아인(수원)]
단 한 골에 그친 승부였지만, 축구 팬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진한 추억과 감동이 남은 밤이었다.
OGFC는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레전드 매치에서 수원 삼성 레전드에 0-1로 석패했다.
선발 출격한 양 팀 라인업은 화려했다. OGFC는 라이언 긱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파트리스 에브라, 앨런 스미스,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에드윈 반 데 사르 등 프리미어리그(PL)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스타 군단들이 나섰다. 수원 레전드도 염기훈, 곽희주, 이운재, 송종국, 산토스, 데니스 등 K리그 최고 명문팀의 황금기를 이루던 선수들이 선발 명단을 채웠다.
경기는 수원 레전드의 깜짝 승리로 마무리됐다. 전반 8분 데니스의 감각적인 패스를 산토스가 왼발로 마무리하면서 선제골로 앞서갔다. OGFC도 파비우가 현역 못지 않은 활동량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베르바토프, 비디치 등이 좋은 찬스로 연결했지만 이운재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쇼가 이를 틀어막았다. 후반 들어서도 수원은 촘촘한 수비벽으로 OGFC 공세를 막았고, 박지성이 막판 투입됐지만 경기를 1-0 승리로 끝냈다.
경기 내용과 관계 없이 축구 팬들은 향수에 젖은 90분이었다. 킥오프 전부터 경기장 분위기는 묘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그라운드에는 흰 줄노트에 손글씨로 적은 포메이션과 이름이 그려진 통천이 깔렸다. 20년 전,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책에 그려봤을 법한 추억의 라인업을 연상케 하는 연출이었다. 전광판에는 과거 EPL 중계 영상의 투박한 그래픽이 그대로 재현되며 팬들을 그때 그 시절로 돌려보냈다.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선수들의 컨디션도, 피지컬도 예전 같지 않았지만, 클래스는 여전했다.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볼 터치, 날카로운 패스, 강력한 슈팅과 몸놀림은 20년 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 경기를 위해 평소 고질병이었던 무릎 수술을 받고 온 박지성의 경기 막판 투혼도 빛이 났다. 친선 경기 성격의 레전드 매치임에도 사력을 다하는 선수단 모습에 이날 경기장을 찾은 38,027명의 관중들도 내내 열띤 응원과 찬사를 보냈다.
선수들 역시 레전드 매치임에도 진심을 다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리오 퍼디난드는 “모든 선수들이 진지하게 임했다. 놀라운 점은 우리는 하루 전에 도착했는데 수원 준비 영상 보니 연습도 하고 합숙도 했다더라. 다음에 기회가 돼서 다시 맞붙으면 우리도 합숙하고 친선경기 치르면서 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면서, “그럼에도 오늘 많이 즐겼다. 나이가 많고 부상 위험에도 부상 없이 경기 잘 치렀다”고 안도했다.
결승골 주역 산토스 역시 “나도 그렇고 선수들이 몸이 따라오지 못해서 안타까워 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상대 선수들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놀랐던게 마인드를 떠나 경기 때 눈빛 보면 옛날 그 이상의 열정이 느껴졌다. 브라질에 있을 때도 그런 부분에서 안일하지 않았나 느낀다. 다시 반성한 계기가 된다. 앞으로 좀 더 몸을 만들고 싶다”고 현역 시절 못지 않은 열정을 불태웠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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