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대기실

NEWS

“언니들 방 빼세요” 14세 여중생이 쏜 ‘활시위’…올림픽 3관왕들 ‘추풍낙엽’

  • 2026-04-19
  • 1
기사 전문 이동하기

1위로 선발전의 파고를 넘은 ‘맏언니’ 강채영의 표정에는 안도와 책임감이 교차했다. 강채영은 “스무 살 무렵부터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매 순간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자’는 다짐으로 사선에 섰다”면서 “지독한 훈련 끝에 후회 없는 결과를 얻어 후련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산과 임시현이 빠진 자리를 이끌어야 할 리더로서의 각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파트너가 된 후배들에 대해 “오예진은 짧고 강렬한 타이밍과 넘치는 자신감이, 이윤지는 성실함이 최고의 무기”라고 치켜세우며 “한국 양궁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들”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자 컴파운드에서는 박예린(20·한국체대), 박정윤(29·창원시청), 강연서(14·부천G-스포츠) 등 젊은 피들이 선발됐다. 세 선수 모두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이번 선발전의 화룡점정은 컴파운드 사선에서 터져 나온 ‘14세 반란’이었다. 중학생 강연서가 노련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스포츠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갈아치운 것. 종전 기록자인 김제덕보다도 3년이나 빠르다. 이름값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점수’로만 말하는 한국 양궁의 시스템이, 만 14세 소녀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물을 사선 위로 끌어 올렸다. 박예린은 “뽑히게 돼서 감사하다. 아시안게임을 열심히 준비해서 못 나간 선수들 몫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연소 선수인 강연서는 “아시안게임까지 나가게 될지 몰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위까지 오르게 돼 기쁘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안정감은 리커브 사선에서 정점에 달했다. 파리 올림픽 ‘금빛 신화’의 주역인 김제덕(예천군청),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이 나란히 1~3위를 휩쓸며 3회 연속 메이저 국제대회 동행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여제(女帝)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격랑 속에서도, 남자부 베테랑들은 압도적 기량으로 왕좌를 사수하며 세대교체의 폭풍 속에서 ‘신구 조화’의 균형추 역할을 해냈다. 몰아치는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과녁을 꿰뚫은 이들의 화살은 한국 양궁을 지탱하는 또 다른 저력이었다.

한국 양궁에 ‘영원한 황제’는 없었다. 오직 ‘오늘의 명궁’만이 존재할 뿐이다. 올림픽 3관왕의 이름값마저 집어삼킨 잔혹한 선발 시스템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양궁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는 평가다. 이름표를 떼고 실력 하나로 생존을 신고한 이들이 이제 나고야를 향해 차가운 활시위를 겨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댓글[0]

댓글쓰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를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