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좋은 호흡을 선보였던 덴마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직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떠나고 무적 신세를 전전하다가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는 1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에 "지난여름 맨유를 떠난 뒤 소속팀 없이 지내던 덴마크 국가대표 중앙 미드필더 에릭센을 영입했다"면서 "에릭센은 2027년까지 계약했으며, 등번호 24번을 달고 뛰게 된다"고 알렸다.

이로써 에릭센은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에 이어 5대 빅리그 중 3번째 무대에 발을 내딛게 됐다.

에릭센은 지난여름 맨유와 결별하면서 자유계약 신분을 취득했다. 맨유를 떠날 때만 해도 여러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소개했으나 막상 시장에 나온 뒤엔 거처가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덴마크 인접국으로 북유럽 선수들이 많이 뛰는 독일에서 새출발하게 됐다.

에릭센은 21세기 덴마크 축구가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다. 에릭센은 국가대표팀에서 A매치 144경기 46골을 기록, 자국에서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클럽 무대에서도 활약상이 빼어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3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310경기 55골 81도움을 기록했다. 세리에A에서 43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53경기를 뛰었다.

2009년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를 통해 프로 데뷔한 에릭센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했다.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콤비플레이가 훌륭했다. 당시 손흥민과 에릭센, 그리고 세계적인 골잡이로 올라선 해리 케인, 지금은 은퇴 기로에 놓은 델레 알리 등 젊은 공격수 4명의 호흡과 발전 속도가 대단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선 'DESK'로 이들을 불렀다. 

그러나 토트넘에서 손흥민, 케인에 비해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든 그는 2020년 여름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으로 옮겼다. 토트넘은 당시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물러나고 조세 무리뉴 감독이 부임해 2년차를 맞은 때였다. 테크닉과 활동량은 좋지만 역습 때 스피드가 뒤진 에릭센을 무리뉴 감독은 점점 기용하지 않았고 결국 에릭센이 새 행선지를 골랐다.

에릭센은 2021년 6월에 열린 핀란드와의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조별리그 1차전에선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이후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은 그는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며 브렌트퍼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브렌트퍼드에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한 끝에 6개월 뒤 프리미어리그 또다른 명문 맨유에 입성해 박수를 받았다. '인간 승리의 한 페이지'로 불렸다.

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순 없어 33살이 된 올해 맨유와 재계약 협상도 거의 하지 못하고 새 팀을 찾아나섰다. 후벵 아모림 감독이 지난해 11월 부임한 맨유는 새판까지를 원했다. 급여가 높은 에릭센은 정리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원하는 팀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보니 고국 무대엔 덴마크에서 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래도 독일에서 중상위권 레벨로 인정받는 볼프스부르크에 가게 됐다.

볼프스부르크는 과거 구자철이 뛰었던 곳으로, 2008-2009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해 유럽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3년 안양LG(현 FC서울)에서 뛰다가 조기퇴출당했던 브라질 공격수 그라피테가 볼프스부르크에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르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K리거 신화'를 썼던 곳이다.

볼프스부르크는 손흥민과도 인연이 있다. 2016년 손흥민이 아르헨티나 윙포워드 에리크 라멜라와의 경쟁에서 밀려 토트넘 입성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할 때 가려고 했던 곳이 바로 볼프스부르크였다. 구단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당시 토트넘 감독의 만류로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 에릭센과 공격에서 함께 활약했다.

사진=연합뉴스 / 볼프스부르크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