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 이닝에만 무려 77개 공을 던졌다. 41분간 공격하며 9득점을 몰아친 뉴욕 양키스의 화끈한 빅이닝이었다. 

양키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를 11-2로 승리했다. 워싱턴과 홈 3연전을 싹쓸이하며 4연승을 거둔 양키스는 73승60패(승률 .549)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3위, 와일드카드 2위로 가을야구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3회에만 9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0으로 앞선 3회 벤 라익스의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연 양키스는 애런 저지가 중월 투런 홈런을 폭발하며 빅이닝의 서막을 열었다. 저지는 8경기 만에 시즌 41호 홈런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50개) 추격을 이어갔다. 

이어 코디 벨린저도 시즌 25호 우중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백투백 홈런을 만든 양키스는 재즈 치좀 주니어의 볼넷과 2루 도루, 제이슨 도밍게즈의 우측 1타점 2루타로 추가 득점을 냈다. 앤서니 볼피가 2루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오스틴 웰스가 포수의 타격 방해로 1루에 나갔다. 이 과정에서 포수 드류 밀라스가 왼쪽 검지손가락 골절로 포수가 바뀐 것도 워싱턴에 악재였다. 

그 이후 라이언 맥마혼이 우중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양키스가 8-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워싱턴은 선발 케이드 카발리를 내리고 오가사와라 신노스케로 투수를 바꿨다. 하지만 양키스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트렌트 그리샴이 루킹 삼진을 당해 투아웃이 됐지만 타자 일순으로 이닝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라이스가 우월 솔로포로 시즌 22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저지의 좌전 안타, 벨린저와 치좀 주니어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도밍게즈의 3루 내야 안타로 1점을 더해 10-0을 만들었다. 볼피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양키스의 기나긴 3회 공격이 끝났다. 3회에만 15명의 타자들이 들어서 홈런 4개 포함 8안타 3볼넷으로 9득점 빅이닝을 장식했다. 

‘MLB.com’은 ‘뉴욕 마라톤! 41분간 9득점으로 괴물 같은 이닝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3회 9실점하는 과정에서 워싱턴 투수 2명이 무려 77개의 공을 던지며 진땀을 뺐다. 카발리가 36구를 던진 뒤 오가사와라가 41구를 던졌다. 한 이닝 77구는 2000년 이후 한 이닝 최다 투구수 2위 기록. 2003년 6월27일 보스턴 레드삭스 상대로 펜웨이파크에서 1회에만 91구를 던진 플로리다 말린스 다음 가는 기록이었다. 

경기 후 저지는 “선수들 모두 좋은 타격을 하면서 욕심 부리지 않은 결과다. 좋은 타격을 이어가려고 했다”며 “많은 점수를 냈지만 타석에 선 선수부터 대기 타석의 타자, 심지어 덕아웃을 들여다봐도 모든 선수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몇 점을 냈는지는 신경쓰지 않고, 타석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우리 팀이 특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정말 대단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공격이었다”며 “낮 경기로 원정을 떠나기 전에 선수들이 감탄하게 할 만큼 시리즈를 잘 마무리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미겔 카이로 워싱턴 감독대행은 “양키스는 정말 강한 팀이다. 타격이 좋고, 실투를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우리는 그냥 졌다. 양키스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양키스 맥마혼은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 타선의 깊이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빅이닝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격이 41분이나 이어지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진 선발투수 맥스 프리드로선 리듬이 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회를 볼넷 1개만 주고 넘긴 프리드는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4승(5패)째를 거뒀다. 프리드는 “1-0에서 10-0이 됐는데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