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가을야구를 향한 롯데 자이언츠의 승부수가 첫 단추부터 꼬였다. 10승 투수를 버리고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대량실점 조기강판으로 무너졌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는 1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5실점하고 강판당했다. 롯데는 0대6으로 완패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벨라스케즈는 롯데가 가을야구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던진 승부수다. 201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벨라스케즈는 통산 38승 51패, 평균자책 4.88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올해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8경기 5승 4패, 평균자책 3.42의 성적을 거뒀다.

롯데는 벨라스케즈 영입을 위해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는 강수를 뒀다. 시즌 10승 5패에 평균자책 3.65로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외국인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압도적'인 맛이 없다는 게 교체 사유였다.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매번 5이닝만 던지는 '5무원'이란 점도 저평가받은 이유였다.

물론 22경기 중에 5회를 못 채우고 조기강판된 경기가 2경기뿐일 정도로 안정적인 투수라는 장점은 있었다. 하지만 가을야구 경쟁을 위해 더 강하고 확실한 외국인 선발을 원했던 롯데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벨라스케즈로 교체 카드를 던졌다.

8일 롯데 선수단에 합류한 벨라스케즈는 10일 경기 전 마운드에서 총 30구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한 후 이날 한화를 상대로 데뷔전에 나섰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 손아섭을 내야땅볼로, 루이스 리베라토와 문현빈은 뜬공으로 처리하며 12구로 가볍게 삼자범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회 들어 급격하게 무너졌다. 선두 타자 노시환에게 3-2 카운트에서 던진 6구째 슬라이더가 중전안타로 연결됐다. 채은성에게 던진 바깥쪽 속구가 우중간 2루타로 이어지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하주석에게는 0-2 유리한 카운트를 살리지 못하고 4구째 좌전안타를 맞았다.

김태연의 내야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돼 1아웃을 만들었지만, 다시 최재훈에게 높은 커브를 던지다 적시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다. 이도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2아웃을 만들며 한숨 돌리나 했지만, 손아섭에게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맞고 추가 2실점을 허용했다. 약간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을 손아섭이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던진 몸쪽 공도 우익수쪽 2루타로 연결되며 손아섭마저 홈을 밟았다. 2회에만 5실점을 내준 벨라스케즈는 투구수가 55구로 2회를 마감했다. 

이날 벨라스케즈는 패스트볼 구속 140km 후반에서 150km 초반을 유지했지만, 존 안에 몰리면 여지없이 안타로 이어졌다. 또 유인구로 던진 벗어나는 공이 공략당해 안타로 연결되는 장면도 나왔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탓인지 롯데가 기대한 것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보여주진 못했다.

반면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1피안타만 주고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0대 6으로 패한 롯데는 최근 4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치고, 4경기 중 3경기에서 무득점하는 등 타선 부진이 심각하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롯데 에이스가 된 알렉 감보아도 첫 등판(5월 27일 삼성전)에서는 무더기 도루를 허용하면서 4.2이닝 4실점으로 얻어맞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벨라스케즈도 이날 첫 등판을 거울삼아 다음 등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